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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자살상담

01. 자살이란 무엇인가

1) 자살의 정의

자살의 한자 ‘自殺’을 그대로 풀이하면 ‘스스로(自)를 죽이는(殺) 것’이고 자살의 영어 ‘suicide'의 어원도 라틴어의 sui(자기 자신을)와 caedo(죽이다)의 두 낱말을 합성한 말에서 온 것으로 한자 풀이와 같은 의미다. 자살은 의학적‧법적‧사회적 목적에 따라 다르게 정의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자살이라는 용어는 “자발적으로 그리고 의도적으로 자신의 생명을 끊거나 끊으려고 시도하는 행동 혹은 그러한 경향”으로 정의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자살의 개념을 ‘자살행위로 죽음을 초래’하는 경우로 ‘죽음의 의도와 동기를 인식하면서 자기를 해(害)하는 행위’, 즉 ‘치명적 결과를 초래하는 자해행위’라 하였다(이강희 외, 1990). Freud는 자살이란 ‘자기 자신에게 향해 있는 죽음 본능의 활동 요소가 극적으로 표현되는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자살은 스스로를 상하게 하려는 의도뿐만 아니라 실망, 절망, 분노 등의 복잡한 감정을 극단적으로 표현하거나, 자신의 극단적인 정서를 전달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되기도 한다(Keinhorst, Wilde, & Diekstra, 1995). 자살은 현실적인 자기존재를 포기하고 자신이 접하고 있는 모든 사회와 영속적으로 결별하는 행위다.

2) 자살의 유형

Durkheim(1951) 자살을 ‘이타적 자살(altruistic suicide)’ ‘이기적 자살(egoistic suicied)' '아노미적 자살(anomic suicide)’로 분류하였다. ‘이기적 자살’이란 개인주의적인 경향으로 사회 집단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즉, 지나친 개인주의 때문에 사회가 개인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이 약화되어서 자살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개인 간에 응집력이 강하고 상호 유대관계가 형성된 사회는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주고 치료적인 효과를 유발한다. 그러나 개인주의적인 사람은 이러한 사회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스스로 소외되는데 이러한 상황 속에서 나타나는 것이 이기적 자살인 것이다. ‘이타적 자살’은 개인이 특정한 사회 집단에 대한 몰입이 과도하여 소속된 사회집단에 대한 의무감으로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를 말한다. 고대 그리스인들이나 로마인들의 영웅적 자살이나 일본인들의 활복 자살, 전우를 위한 희생은 모두 이타적 자살에 해당된다. ‘아노미 자살’은 사회가 병적으로 혼란스럽거나 무질서 하여 개인에게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Durkheim에 따르면, 종교적 권위와 같은 강한 권위의 상실이 사회의 아노미 현상을 촉진하며 이러한 현상은 자살의 증가로 이어진다.

3) 청소년 자살의 특성

청소년은 청소년 발달 단계상 고유한 인지적, 정서적, 행동적 특성이 있어 성인들과는 다른 이유로 자살을 시도할 수 있다. 청소년 자살의 특성을 세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청소년 자살은 성인에 비해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의 극단적 표현인 경우가 많지 않다. 또한 우울증이 가장 큰 원인인 경우도 성인에 비해서는 급성의 상황적 우울 인 경우가 많다.

둘째, 청소년 자살의 또 다른 특징은 대부분 사전 계획 없이 시도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음독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Kerfoot 등의 연구(1996)에 따르면, 과다복용 이전에 세 시간 이상 계획한 증거를 보이는 사례는 단지 20%에 지나지 않았으며 대부분의 사례에서 죽으려는 의도가 별로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자살한다는 짧은 글을 남긴 경우는 3건뿐이었으며 주변에 아무도 없을 때 약물을 복용한 경우도 6건에 불과했다. 이러한 점은 약물 과다복용결정이 종종 아무런 사전 계획이 없거나 예상되는 결과를 예상해 보지 않고 이루어진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것은 청소년기가 인지적으로는 미성숙하면서 정서적으로는 충동성이 심화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셋째, 청소년 자살의 마지막 특성은 자살 의도의 문제다. 성인들의 자살 의도가 자살 시도로 이어지는 경우에 비해 청소년의 자살 의도는 자살행동으로 옮겨져 실제로 자살하는 경우가 나타나기도 한다.

즉, 청소년의 자살행동은 대부분 죽으려는 의지에 다른 것이라기보다는 사회‧심리적 갈등을 해결하려는 방편이나 현실도피의 충동적 행동, 또는 자신의 급작한 정서상태와 절실한 요구를 알리는 신호 등으로 볼 수 있다(Blau & Gullotta, 1996).